훌훌 06JUL24SAT
TITLE 훌훌
DIRECTOR∙WRITER 문경민
■BOOK □FILM □ETC.
DATE 06JUL24(SAT)
GENRE NOVEL
2. DOG-EAR ∙ LOG
"모든 고통은 사적이지만 세상이 알아야 하는 고통도 있다. 무엇으로 아프고 힘든지 함께 나누고 이야기해야 세상이 조금씩 더 나아지기 마련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3. REVIEW
이 소설은 각각의 [I]가 모여 하나의 [WE]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저마다 가슴 아픈 속사정으로 스스로를 단절된 삶 속에 두는 [I]들이 서로 연결되어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최대 복지는 한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이란 명사에 그리다라는 동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만 봐도 우리의 언어는 잘만 사용한다면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는 최대 자산임이 분명합니다.
굳이 이런 생각을 표현한 이유는, 훌훌 작가님은 펜이 아닌 붓으로 소설을 그리지 않았을까 하는 제 생각때문입니다. 미술관을 가면 화가의 결이 보입니다. 그림을 보면 화가가 보입니다. 같이 놓고 보아도, 따로 떼고 보아도 화가의 결이 스며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림이 아닌 활자의 경우는 다른데, 훌훌의 작가님은 사뭇 화가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페이지 읽지도 않았지만, 책제목도 떠오르지 않는 한 소설이 문득 생각이 나고 오른손이 할일이 없어질때쯤엔 확신이 듭니다. 분명 그 작가님이다 하는.
분명 내가 스쳐간 책들은 접혀있고, 갈라져있고, 밑줄그어져있고, 색색의 북마크가 달려있는데 딱 두권만이 깨끗하고 공교롭게도 모두 문경민 작가님 책입니다.
스토리는 마치 내 삶인 것처럼 흘러갑니다. 몇몇의 큰 사건과 다수의 작은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지나고보면 그저 삶의 한 과정이었던 것처럼, 흘러가듯이 그리듯이 읽혀집니다.
주인공인 고1 유리는 각각의 [I]이자, 내향형의 [I]이자, 어린[I]입니다. 어느 순간에 입을 다물어야 하는지, 어디에서 화제를 바꿔야 하는지 터득한 어른에서 결국은 감정의 덩어리들을 하나둘 마주하고 쏟아내는 진정한 [I]가 되는 과정이 줄거리입니다.
독자인 저는 자연스럽게 어른스러움을 터득한 유리가 안쓰럽다가, 조금은 부담스럽다가, 조금은 독하다 싶다가, 결국은 외롭겠다 싶어서, 주인공이 어른이고 내가 아이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말미에 마침내 화를 쏟아내고 울 때 비로소 독자인 내가 어른이 되어 이해하고 애틋해하고 응원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짐이 될 지라도, 그 짐의 무게만큼 든든하고 의지할 수도 있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청소년들이 읽기에 적합하도록, 이 책은 어쩌면 비극일 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립된 각각의 존재들이 서로 이어져 가족으로 맺게 되는 과정이 참 진솔하고 간결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등장하는 어른들은 모두 어른입니다.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옳음이 분명하고, 많은 [I]들을 [E]로, [WE]로, 올바른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끕니다. 어른인 저는 이런 어른들만 등장하는 이소설이 말그대로 소설같고 영화같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하고 기쁩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이런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어른들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한번쯤 어른들도 깨닫기를, 느끼기를.
많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나와같은 생각이 아닌 저마다 올바른 깨달음을 갖길, 혹은 그 정서만이라도 깨우칠 수 있길 바랍니다. 누구든 한페이지만 보게 된다면 분명 이 작가님의 결이, 많은 [I]들을 [WE]로 안내할 거라 믿습니다. 이 낭만이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그리고 입양이, 베이비박스가, 어쩌면 파양이, 또 불륜과도 같은 소문들이 무성한 세상이지만 결국 삶의 일부분이고 극복하거나 혹은 굴복하거나 모두 그릇된 것이 아님을 붓으로 한글자 한글자 예쁘게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많은 아이들이 아이답게, 많은 어른들이 어른답게 삶을 꾸려나가길, 이책이 많은 이들의 손을 스쳐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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